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
조선명탐정의 포스터를 봤을때 김전일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포스터 디자인과 김명민의 캐릭터 설정 때문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었다. 조선, 탐정, 각시투구꽃, 비밀 같은 키워드들은 어쩌면 허술한 연출과 효과를 감추기 위해 고의적으로 시점을 옛날로 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조선명탐정은 적어도 그런 우려에서는 벗어난 영화이다. 적당히 호기심을 자아내고, 시대성에 갇히지 않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코미디가 극을 이끌어가지만 긴장감을 주는 플롯이나 액션을 통한 속도감도 나쁘지 않은듯. 그리고 미국 티비쇼들의 입맛에 길들여진 관객들을 배려해 적당히 꼬인 갈등관계를 중간중간 잘 정리하고 요약해서 보여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공납과 관련한 비리를 수사하는 탐정이라는 직책에 대한 소개와 함께 단순한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더 큰 대의를 위한 것임을 강조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공납의 비리와 열녀 미담에 대한 감찰과 천주교 박해 등이 적당한 균형을 이루며 이야기를 꼬아가고 나중에는 이들이 적절히 갈등을 만들고 이퍼즐을 해결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당시의 시대상을 이용은 하되, 퓨전 사극적 요소를 빌려 갇혀있지만은 않은 설정들을 보여주며 지나치게 엄숙하거나 지나치게 가벼움을 피한다. 중간중간 흥행을 위한 필수 요소로서 등장하는 과한 유머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세련된 유머가 돋보인다. 장르나 소재 특성상 굉장히 절제해 가며 유머를 배치한 듯 하다. 김명민과 오달수는 다른 영화에서 보여주던 굳혀진 이미지를 많이 보여주기 보다는 극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소 거친 듯, 한 박자 여유가 있으면서도 빠른 속도로 이끌어가는 템포도 마음에 들었다. 극과 액션 시퀀스로 넘어가는 과정도 군더더기가 없고 스케일에 대한 욕심 보다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잘 짜여진 합으로 이루어진 액션도 즐길만 했다. 명절전후로 흥행을 꽤 할것으로 보이는 이 영화는 명절에 나온 어드벤쳐 코미디이지만 한국식 코미디의 정형을 많이 탈피하려한 점을 높이 살만하다. 그리고 자칫 소홀할 수 있는 추리적 요소도 많이 해치지 않은 점도 다행이다. 단, 각시투구꽃의 독성이 여주인공의 상징적인 저항에만 맞춰진게 아쉬웠다. 좀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극전체를 궤뚫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극의 재미를 반감시킨다기 보다는 좀 역할이 너무 축소되어 아쉬웠다. 청년필름에서 간만에 꽤나 흥행할 수 있는 잘 만든 오락물을 내놓은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