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쓴다는 것은 아마도, 그냥 술술 흘러가는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이 아니다. 수 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단 작가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쓸 지 말지부터 결정을 하게 된다. 그리고 세상에 공개하는 선택을 하고 후회하는가 마는가의 선택을 하기까지 끊임 없는 "IF"의 회로 속을 빙빙 돌게 될 것이다.
이번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웰컴 투 언더그라운드는 그러한 "IF"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우리를 뉴욕의 지하철로 안내한다. 뉴욕, 섹스 앤 시티와 프렌즈, 윌 앤 그레이스, 그리고 수 많은 OCN영화들이 보여준 장소이다. 뉴욕은 그래서, 미국만의 뉴요커만의 장소가 아니다. 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떠 않은 "도시"라는 이미지 그 자체일 것이다.
웰컴 투 언더그라운드는 어떤 선택에 의해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가 뜻하지 않는 불행을 겪는 사람의 이야기와, 그러한 비슷한 사람이 언더그라운드라는 지하의 미지의 세계를 방황하는 이야기를 한다. 그것도, 빌려온 비슷한 영화 비디오 테입들을 이리 저리 돌려보듯, 교묘히 섞고 짜맞춰서 건낸다. 이야기는 앞뒤가 맞아 보이고, 인과관계도 있는 것 같지만 어딘가 교묘하게 뒤틀려 있다. 흡사, 물을 마시기 위해 부엌에 간 당신이 자신도 모르게 주스를 꺼내 마시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잠이 들고 아침에 식탁위에서 미지근해진 물병을 찾게 되는 그런 꼐름직함일지도, 아닐지도 모른다. 언더그라운드는 소멸하고 싶은 기억과 그런 소멸을 도와주는 향정신성 의약품의 냄새가 진동한다.
한국이라는 사회는 지금, 자신의 아이덴티티의 한계, 한국이라는 경계가 주는 구속을 깨기 위한 몸부림으로 가득 차 있는 듯 하다. 그리고, 그러한 일을 선행한 아주 오래 전의 한국에 대한 기억을 가진 이민세대들의 사고와 지금의 최첨단 트렌드가 충돌하는 뉴욕은 그러한 갈등을 해소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인지도 모른다. 뉴욕의 언더그라운드는 비록 냄새가 조금 나고 시끄러울지라도 그런 것쯤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는 겸허함을 지녔을지도. Suki Kim의 The Interpreter에서는 이러한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부모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테리와 자신의 한국적 정체성을 몬탁의 깊은 바다속으로 침전시키기 않았던가.
이 책을 읽게 된 데는, 작가의 이야기가 컸다. 작가는 이루고 싶은 일이 생길 때마다, 혼자서 마음 속에 조용히 품고 조금씩 대뇌고, 그러한 꿈이 이루어진 후를 상상했다고 한다. 그러한 것은 온 집안을 "대통령이 될꺼야"라는 얼토당토 않은 각오로 둘러싸거나, 매일 매일 로또번호를 확인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조심스럽게 이루어 질 거라고 말이다.
나도 이 작가처럼 이렇게 살아왔다. 나는 누가 뭘 하고 싶냐는 말에 무조건 모른다고 대답하고 한 번 웃어주고는 마음 속 깊은 곳의 그러한 다짐을 한번 더 숨긴다. 그 중 여러가지 것들은 이미 조금씩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그런 점에서 작가의 선택에 대한 치열한 고민 같은 것이 느껴졌다. 작가는, 한겨레 문학상을 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한 문장 한 문장, 이야기의 얼개 하나 하나를 세심하게 골라가면서 작품을 완성했을 것이다. 마지막에 자를 선이 빨간색이냐, 파란색이냐, 하는 아주 상투적인 운명의 순간까지 경험한 후, 그 결과에 안도하며 결과를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지금 시대에 뭔가 기발한 것으로 쓴 소설도, 어려운 개념을 억지로 쥐워 짜낸 소설도 아닌, 이 어두컴컴한 소설 한 편이 눈에 띄는 이유는 작가가 충실히 담아낸 선택의 흔적 때문일 것이다.
이 글을 쓰고 나니, 이것은 작품에 대한 감상도 리뷰도 아닌 이상한 글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나로서는 이렇게 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것 같다. 인터넷은 광활하니까 더 좋은 글은 금새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해답 같은 건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해답을 내려고 하는 시도 자체가 헛수고 일 지도. 뭔가 담아갈 말을 찾는다면 단 한 마디 해 줄 말은 있다.
웰컴 투 언더그라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