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어제 밤에 느닷없이 수신받은 안부문자. 오빠 강원랜드 아직 못 가봤거든
그 외의 것들은 잘 생각이 안 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Fabio Gichurl (@scihifi) 12/26/11 5:02 PM 스티브 잡스의 평전을 다 읽었다. 이것은 마치 뜯어보기 힘든 애플제품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 대한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많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온생애를 바쳐 디지털 세계를 재창조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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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접스 평전은 스티브 잡스와 그가 만들어낸 애플이라는 원더랜드의 내부에 대해 기대보다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준다. 흡사 애플의 신제품 발표를 손꼽아 기다린 후 며칠지나 iFixit같은 회사들이 실오라기 하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애플 제품을 조심스럽게 분석한 레포트를 보는 기쁨을 준다. 강화유리와 브러싱된 알루미늄으로 단단하게 둘러쌓인 아름다운 애플제품를 들여보듯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일은 영광처럼 느껴졌다.
이 책은 여러면에서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을 이용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윈도의 GUI 퍼스널컴퓨팅 환경은 스티브 잡스 없이 탄생하기 힘들었을 것이고, 그가 없었다면 많은 것들의 디지털화가 매우 더디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 그리고 그의 또 다른 에고라 할수 있는 픽사의 성장기는 단순히 고집쟁이 미치광이 사업가가 아닌 디지털 시대를 향한 혁신의 역사를 엿보게 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은 스티브 잡스가 왜 기행적인 행동을 보여줬는지에 대해 그 어떤 매체보다 더 개관적으로 설명해준다. 그리고 그러한 대상에 대한 열정과 고집이 지금의 애플을 디지털 제국의 표준이 되게끔한 과정에 대해서도 힘을 실어준다.
한 시대에 같이 살아간 사람에 대한 평전이라 더 각별한 느낌이었고, 내가 사랑하는 제품들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도 엿보게 한 평전이라 매우 감동적이었다. 이것은 한 인물을 통해 서술된 실리콘 밸리 드림이다.
그리고 원 모어 띵이 있다면, 스티브 잡스가 없어도 애플이라는 회사가 여전히 혁신을 거듭하고 미래를 주도할 수 있도록 마련해둔 유에프오처럼 새로운 사옥을 마련해 둔 스티브 잡스의 노력으로 애플의 미래에 대한 희망도 감지해 볼 수 있었다.
이것은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대를 위한 모험과 스릴이 가득한 영웅담이다.
미국 교환학생을 갔을 때, 룸메이트는 나보다 덩치가 1.5배는 커보이는 매우 검은 피부를 가진 남자였다. 다음 날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은 삼촌뻘 되어 보이는 저스틴이라는 그 사람이 나보다 한 살밖에 많지 않다는 사실이었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기도를 올리는데 자기를 자마이칸인이라고 소개한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아마도 시차 때문에 잠이 들지 않는 그 다음날 밤을 위키피디아에서 자마이카에 거주하는 무슬림의 인구수를 찾는데 보낸 것 같았다.
며칠 지나지 않아 같이 들어왔던 한국 학생들에게 했던 말들이 제각기 달라서였는지 그가 아랍 에미리트 출신의 유학생이라는 것을 나는 룸메이트 주제에 건물에서 제일 늦게 알게 되었다. 그는 밤마다 물담배를 피고 늦게 배스 앤 바디웍스의 향수 스프레이를 온 방에 뿌리며 잠자리에 들어 낮시간 대부분을 잠을 자며 보냈다. 나는 그래서 매우 조용한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이따금 그가 야식으로 사 온 샌드위치에 돼지고기라도 섞여 있는 날이면 내 책상쪽으로 조용히 다가와 건네곤 했다. 비론 내가 줬던 음식들은 성분을 알 수 없어 책상 위에 쌓아두긴 했지만, 그가 냉장고에서 꺼내주는 닥터페퍼 다이어트 같은 걸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자마이카 출신이라는 건 너무 했지 않느냐는 말에 그는 처음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했다. 저스틴이란 이름도 사실 자심이라는 아랍 이름을 영어식으로 읽은 거라고 했다. 미국에 온 지 얼마 안되어 911테러가 있었다고 한다. 그 날부터 그의 모든 이메일은 누군가 감시하고 있었고, 그가 탑승하려는 비행기는 항상 열시간 이상 연착되거나 취소되는 일이 일수였다고 한다. 모두들 석유재벌의 아들이냐고 묻는 질문보다 더 곤혹스러운 질문이 이어지기 시작한것도 그 때였다고 한다. 그는 항상 죄인처럼 사는 것이 싫어서 자마이칸이라는 농담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에게 내 이름이 무엇인지 두세시간 정도 연습을 시키다. 지쳐서 Keith라는 영어 이름을 쓰기로 했었다. 그리고 그 날부터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영어 이름을 쓰겠노라고 했다. 하지만 자심은 항상 나를 킴이라고 불렀다. 네 이름 킴정일 아니었니?
이따금 수업을 마치고 문을 열면 자심이 누군가와 서류같은 걸 들여볼 때가 있었다. 그러면 그들은 항상 FBI 조사중이란 말을 했고, '너도 체포하겠어 (you're also under arrest)'같은 건조한 농담을 던지곤 했다. 아마도, 이방인으로서 두 룸메이트가 공유할 수 있는 건 그런 블랙유머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는 내가 겪어본 유일한 아랍인이었을 것이다. 그와 내가 심도있게 나눈 대화는 삼성의 인스팅트(햅틱 스프린트 버전)가 좋을지 아이폰이 좋을지 하는 거였던 거 같다.
오늘 김정일 사망 소식은 나의 아이폰에 뉴욕 타임즈와 아는 형의 카카오톡 푸쉬로 알림이 떴다. 한 줄로 영어와 한국어로 각기 써져 있는 그의 사망 소식을 보고 나는 문득 나를 킴정일이라 부르던 그 때의 농담이 떠올랐다. 그 당시보다 미국의 경제는 더 나빠졌고, 국제관계는 더 얼어붙은 것 같다. 당시 선거가 한창이던 우리나라는 이제 사회적으로 만싱창이가 되어 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 지도자의 사망소식이 블랙유머처럼 떠도는 오늘이 정말 이상한다. 내 게으름 때문에 자심과의 연락은 끊겼지만 아마 페이스북이라도 인연이 닿았더라면 그는
"킴정일 아 유 데드 포 리얼?"
같은 물담배 연기 가득 건조한 유머를 날렸을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