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다는 말이 정말 나쁘게 쓰이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오히려 '나쁘다'는 말, 특히 영어 단어 bad를 배에에에에드라고 하듯이 길게 내뺴서 말한다면 도발적이고 신선한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나쁜 광고는 정말 나쁜 광고를 예로 들 생각이다.
광고는 물건을 팔고 기업의 이미지를 포장하는 수단이다. 이론에 게으른 나로서는 뭔가 쿨한 예를 들고 싶지만, 기억나는 거라고는 작년에 읽다가 실패한 오길비의 "광고에 대해..."라는 책이다. 지금은 거물급 광고 브랜드가 된 오길비의 책에는 '어떤 기교를 부리든 클라이언트의 물건을 잘 팔 수 있는' 광고의 기본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나쁜 광고란, 존재 목적 자체가 아무래도 의문에 쌓인, 아주 단순한 '물건을 파는 역할'마저 못하는 광고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체로 이런 광고들은 광고주에게 도발적인 이미지로 신선하게 어필하고 세상의 터부라 여기는 것들에 대한 억압을 해방했다고 자위하며 궁극적으로는 세계 유수 광고제에서 인정을 받고 유튜브나 트위터를 통해 영원토록 바이럴이 되고자 하는 욕심의 과잉이 부족한 실력과 신선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비극이다. 특히, 비판의 순간이 10초 이내로 와 닿는 광고들의 특성상 반응은 많이 다르지 않다.
"어?!"
또는
"우엑."
'우엑'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가끔 이렇게 역겨운 아이디어로 포장된 광고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포스팅을 하고자 처음 생각한 것은 한달 전쯤에 자주 가는
Ads of the world블로그에서 RSS로 배달된 광고 한 편 때문이었다. 가끔 친구들이 메신저로 멋진 광고 같은 걸 보내주거나 미니홈피에 올리는 게 부럽다면 여기 사이트를 가끔 둘러보면 더 멋진게 많을 것이다. 우선, 어린이들을 위한 초콜렛 광고를 하나 보겠다. Caribú Bitter라는 초콜렛 회사의 광고이며, 제목은 '카나리(Canari)이다. 페루에서 광고가 제작되었다.
물론, 이 광고 제작을 위한 프리젠테이션은 내가 그 자리에 마치 있었던 것 처럼 상상이간다.
- 안토니오, 가장 사악한 존재가 누구라고 생각해요?
- 글쎼요, 글로리아... 오사마 빈 라덴?
(하하하...)
- 유감이지만, 당신의 감각 저질이에요 안토니오. 혹시 제가 조카딸인 실비아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가요?
- 아, 전에 회사에 견학와서 보드마카를 먹을뻔한...
- 그런 일은... 없었어요. 하여간, 지난 주에 오빠 생일이라 식구들이 모였는데, 제가 새로 산 보테가 베네타 백이 없어진 거에요.
- 글로리아 그 가방 솔직히 별로였어요.
-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어쨌든, 저는 울음이 터지기 직전까지 갔고 시누이에게는 해서는 안될 욕까지 내 뱉은 상태였죠. 그런데... 천진난만한 얼굴로 앉아있던 조카딸 실비아가 범인이었다구요. 그 조그마하고 통통한 볼을 발그레하게 만들고는 미소를 띄고 있었는데, 글쎄 자기 엄마 가방에다가 구겨서 넣어뒀더군요. 자기 인형인 힐다에게 주려고 했다나봐요.
- 글로리아... 그러니까 실비아가 의미하는 것은...
- 악마같은 아이들이요. 천진난만한 아이들에게서 어두운 면을 이끌어 내는 거죠.
- 이봐요, 우리는 초콜렛을 팔야아 한다구요. 초콜렛의 어두운 면이라고 해봤자 카카오 함유량 밖에 더 있겠나고.
- 제 말이 그말이에요, 그 달콤한 미소를 지닌 아이들에게서 카카오같은 어두운 면을 이끌어 내자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자기보다 귀여움을 독차지 하는 동생의 젓병에 쥐약을 탄다던가 하는...
- 글로리아!
- 갑자기 순진한 척 하기에요? 그런 뉴스가 인터넷에 뜨면 제일 먼저 보는 사람들 아니랄까봐... 아이들은 더 이상 착하고 귀여운 존재가 아니에요. 그 조그마한 머리에 어떤 사악한 것이 들어있는지 모를 언캐니(Uncanny)한 존재임을 강조하자구요.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카나리를 프라이팬에 올리기 위해 고기 가는 기계에 넣는 아이의 이미지를 생각했을 것이다. 동화속의 숲속같은 녹색의 아름다운 배경에 볼이 발그레한 소녀가 빨간 옷을 입고 노란 프라이팬을 들고 있는 앙증맞은 모습을 보여주고 금방이라도 즐겁게 지저귈 것 같은 카나리아 새를 갈아내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빛나는 카피는 "달콤한 저편에 있는 어두움".
나는 단호하게, 이 광고는 나쁜 광고의 전형이라고 결정을 내렸다. 이 광고에는 클라이언트에 대한 충성심 마저도 전혀 없고(초콜렛 광고에 무기를 든 아이를 출연시키다니), 비주얼이 풍기는 이미지에도 일관성이 없으며 무엇보다 충격적인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카피와 레이아웃이다. 만일,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가고 싶었다면 좀 더 그로테스크한, 이를테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은 컨셉의 비주얼에 좀 더 선명하고 공포스러운 타이포그래피의 카피를 쓰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그리고, 다크 초콜렛의 자극적인 특징에 대해서 '자극적인 이미지'만 연결을 했을 뿐이지, 초콜렛이 어떤 맛을 주고 어떤 경험을 선사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자기 자신의 아이디어에 도취되어 광고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결국 초콜렛은 아무도 먹지 않고 애꿎은 카나리아만 희생될법한 아이디어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이런 터부시되는 개념의 것들을 가지고 만든 생각없는 나쁜 광고들이 정말이지 너무나 많다.
오리지널 링크 : 찾을 수 없음 Lotte - Chocolate와 Strawberry 시리즈
이 두편의 광고는 일본의 롯데에서 집행한 과자 광고로 갈색 과자를 깨물면 초콜렛이나 딸기맛 젤리등이 나오는 우리나라에도 익숙한 과자이다. 물론, 그 단순한 갈색의 과자안에 있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과자들에게는 노출증에 대한 수치심이 없다고 멋대로 판단한... 갑자기 동물들이 회사원같은 말투로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보다 더 손발이 오그라드는 아이디어인 듯 하다.
광고가 좋다는 기준은 매우 모호하다. 정말 아무것도 없이 제품 이름만 이야기해서 대박이 나는가 하면, 블록버스터급 예산을 들여도 제품 판매에는 영향을 못 미치고 광고제 수상만 하는 광고도 있다. 하지만, 듀렉스의 최근 광고는 정말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쁘다.
오리지널 링크 :
비주얼에 대한 고민과 독창적 디자인, 타이포그래피의 심미적 배치 등은 별달리 신경을 못썼더라도, 인물을 구성하는 아무 재미없는 단어들의 배치도 그냥 좀 참아주더라도... 무슨 나뭇가지를 쌓은 듯한 건조한 체위의 묘사도 그렇다 치더라도... 이 재미없고, 무례하고... 효과도 없어 보이는 광고가 전세계적인 콘돔 브랜드인 듀렉스의 광고라는 게 참 아쉽고 한심하다. 중간에 자리잡은 듀렉스 로고를 중심으로 전부 다 다시 만들어야 할 정도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광고이다. 여러 모로 따져볼 때 '나쁜 광고'이다.
해외 광고들은 기발하고 기존의 틀을 깨는 광고들이 인터넷을 통해 많이 소개 되기 때문에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강조할 때 많이 사용되고는 한다. 아주 평범한 진리인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과 정 반대되는 것을 제시하는' 유머의 법칙이 광고에도 아주 기본적으로 쓰인다. 그리고 그러한 요소들이 응용되고 비틀어져서 새로운 이미지와 내러티브를 창조해낼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것은 요즘 들어 최악의 광고 및 마케팅 사례라고 생각되는, 손발이 오그라들던 "암검진은 몇 해에 몇 번"을 뮤지컬 식으로 외치던 공익광고보다 더한 나쁜광고이다.
그러니까 이 광고는 TTL시리즈를 답습해서 아무런 영양가가 없어 보였던 UTO광고보다 더 나쁜 광고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쓸만한 게 하나도 없는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