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화의 DVD가 발매되면, 그 매체로 인해 하나의 DVD세트는 더 이상 영화가 아닌 그 이상의 것이 된다. 화면의 색감과 사운드트랙의 믹싱, 메뉴의 구성, 패키징까지의 기술적인 문제들까지 고려하자면, 단 한편의 이야기가 아닌 상당히 복잡한 하나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바벨의 DVD는 영화를 상당히 인상깊게 봤기 때문에, 영화와 더불어 이 DVD에 담긴 모든 것이 궁금했다.
아마존 판매가 27불정도 하는 타셴의 포토북이 무료로 증정되었다.
바벨의 DVD 패키지이 영화는 4개의 나라, 즉 다른 문화권에서 일어난 일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바벨이라는 제목이 상징하듯, 우리는 같은 공기를 마시고 서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끼리 이상한 장벽에 구별이 되어 다른 문화권을 살아 가고 있는 것이다.
Cmommon Ground : Under Construction Notes영화의 메이킹 필름에서 감독은 자신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보충적으로 설명한다. 영화 자체의 메시지와 크게 차이가 나진 않지만 혹시 영화가 불친절하게 의미를 제한했다고 불만이 있는 사람은 꼭 봤으면 하는 내용들이었다.
메이킹 필름의 시작은 영화에 참여한 각국의 배우들과 스텝들이 손을 잡고 커다란 원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영화 자체가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는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영화는 언제나 우리가 누군지 이해하는 것을 놓고 우리 인간의 처지를 밝힐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날은 모두 다른 언어를 쓰지만 우리는 인간으로서 같은 조건을 가지고 있어요.
이 영화는 제가 혼자 만든 게 아닙니다.
우리가 만들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합니다.
감독은 이 말을 남기며 하나의 원을 완성한다.
이 영화를 보는, 아니면,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하는 어떤 공통적인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세계의 다양성을 이해와 공존이 아닌, 구분을 짓는 경계로서만 이해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는 여러 아마추어 배우들과 유명배우들이 함께 출연한다. 이를테면, 텔레비전을 한번도 안 보고 자란 벙어리 딸을 둔 할머니와 브래드 피트가 한 화면에 출연하는 상황 같은 것 말이다.
'관객들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를 보고 있다는 점 잊게 하는 것'을 주문했고, 브래드 피트는 멋지게 그 역할을 수행해 주었다고 한다. 케이트 블란쳇은 공허하고 쓸쓸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데, 한바탕 울음을 울고 20여분쯤 있다가 그 표정을 연기하는데, 억지로 지어낸 연기가 아닌 아주 실제적인 표정이 나왔다고도 한다. 특히, 모로코를 비롯한 각국의 배우들 중 상당수가 현지에서 캐스팅 되는 방식으로 영화가 가지는 어떤 고민을 배우들이 함께 표현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모로코의 투어 가이드로 나오는 사람은 원래 영화 촬영 사무실에 컴퓨터를 고치러 온 사람이었다고 하니까.
감독의 인터뷰와 메이킹 필름에는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연결되는, 영화를 찍을 때에 느끼는 수많은 장벽들과 그 안의 사람들의 소통을 보여주기 때문에 영화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생각도리 정도이다. 특히, 영화라는 언어가 전달하는 것과 그것을 감독이 새롭게 자신의 언어, 즉 말로 풀어내는 것에서 오는 차이와 공통점을 발견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은 그런 상황에서, 통역도 메우지 못하는 어떤 틈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 틈 안에서 단절과 언어가 전달하지 못하는 것도 소통하는 독특한 공감대 같은 것을 감독은 발견했을 것이다. 특히, 일본 촬영분에서는 천천히 달리는 차 안의 장면을 촬영하거나, 시부야 거리의 횡단보도 장면을 촬영할 때, 계속되는 일본 당국의 방해에 부딪혀야 했다고 한다. 일본 경찰들이 단 1분의 교통통제도 허가하지 못한다고 계속해서 원칙을 내새웠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 여배우 중 누군가가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학교를 빠져야 하자, 학교 선생님이 수업을 빼먹고 영화에 출연하는 건 못된 짓이라고 그녀의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다고, 울먹이는 여배우를 보여 주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그는
일본 문화의 엄격함과 시대에 뒤쳐진 세계관에 화가 났다.
학교 교육만이 유일한 옵션이라고 강조하죠.
일본 조직 문화의 정신성은
사회 조직에 무조건 복종하라고 강요하며
아이들을 훈련 일정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억누름으로서
아이들이 자신의 아이디어 만으로
개체가 되는 걸 허용하지 않죠.
라는 말로, 다른 문화권에서의 충돌을 묘사한다.
이 영화에서 일본편의 클럽씬 장면은, 우리가 예사롭게 받아들이는 큰 음량의 하우스 뮤직이 흐르는 클럽에서 춤을 추는 아주 일상적인 행위가 어떤 사람에게는 엄청난 고독감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도쿄의 클럽 "움(Womb)"에서 2일동안 250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된 이 장면에서는 신이치 오사와(몬도 그로소)의 September가 울려퍼지고, 화려한 비주얼과 조명 위로, 모두들 손을 들어 춤을 추지만 정작 자신은 그 음악에 몸을 맡길 수 없는 치에코의 고독을 조용히 쫓아간다.
신이치 오사와는
소리가 언어의 기원일 겁니다.
리듬과 사운드는 의사소통의 수단이었을 겁니다.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아요.
가장 기본적인 의사 소통의 도구는 음악 입니다.
라는 말을 한다.
감독은 역설적으로 이 소리가 통하지 않는 청각장애인들을 증장시켜, 수화를 통해 영화가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모로코 촬영분에서는, 3번 4번의 걸친 통역을 통한 연기 주문, 그것도 17일 전에 급히 캐스팅한 실제 주민들이 동원된 촬영에서의 힘겨운 과정을 보여준다. 총을 처음 본 사람들에게 총을 들게 하여 처음 촬영하는 총격씬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하고, 총격전의 연기를 지도하던 캐스팅 코치는,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총질을 해대는 이미지를 설명하면서 어린 시절의 실제 경험에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직접 보여준다. 이는, 멕시코 편에서 국경 장면을 촬영할 때, 실제 불법체류로 추방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영화에 등장하는 사건이 실제 상황에서는 더욱 더 모순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일이지만, 매체에서 무감각하게 접하게 되는 그런 아이러니를 그리고자 한 것이다.
이나리투 감독은 영화 촬영에 앞서 마이크를 잡고 모든 사람들에게 촬영할 장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통해 이해를 구한다. 그리고 촬영 마지막에는 모두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읽고 현지어로 인사를 하는 신사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저는 작별을 싫어해요.
하지만 작별 인사를 하지 않아도 돼요.
영화가 다 끝나면 다시 여기로 올 거 거든요.
이 곳에 스크린을 걸고
우리 모두 함께
여러분의 영화를 감상하겠습니다.
약속 드립니다.
모로코에서 한 이 말은, 생전 처음 카메라를 본 사람들이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보게 하기 위해 감독이 직접 스크린을 들고 찾아온다는, 감동적인 약속으로, 영화와, 영화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감독 자신의 애정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도쿄 "Womb"에서 촬영분을 마치면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250명의 엑스트라에게 나중에 스크린으로 자신의 모습을 보면 정말 자랑스러울 것이라고 말한다.
감독은 영화 초반에는 '분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방향을 잡았으나, 1년쯤 지난 시점에서는 모든 것이 하나로 뭉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유니버설한 고통에서 시작해서 유니버설한 희망으로 끝나게 되는 이런 구조가 탄생한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 같다.
바벨을 찍으면서
머리가 네 개 달린 아이를 낳는 심정이었습니다.
제 영화는 자신의 연장입니다.
제 중요했던 경험과, 도덕심,
끝없는 저의 한계점에 대한
일종의 인생증언 같은 것입니다.
이 말을 끝으로 메이킹 필름을 끝이 난다.
우리는 너무 나와 남의 문제를 분리하는 데 인생의 많은 부분을 할애해 가는 것 같다. 이 모든 단절을 너무나도 오래 전에 만들어진 종교적 글귀의 '바벨'이란 가상의 존재에 책임을 떠 넘기려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범지구적 네트워크와 지구촌을 훓는 뉴스생중계 시대에 사는 우리로서, 이제 서서히 커다란 원을 만들 때가 왔다고 감독은 2년간의 치열한 과정과 그 결과물인 영화 한 편을 보여줌으로서 증명해 보이고 있다.
If you want to be understood,
LIS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