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파(Martin Parr) | Retrospective 1971-2001
영국 출신의 마틴 파의 전시가 오늘 까지라 무리를 해서 다녀왔다. 나는 사진은 잘 알지 못할 뿐더러, 마틴 파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한장의 사진 때문에 전시장을 찾게 되었다.
마틴 파 메인 포스터 이미지로 쓰인 이 사진은 파일이 작아서 잘 안보이지만, 파르테논 신전 앞에서 구경을 하기 위해 반바지를 입고 모인 서양 사람들과 그 멀찍이 앞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모인 한국인 단체관광객의 사진이다. 인사동에 아무렇지도 않게 붙어있던 이 포스터를 보면서, 이런 센스를 가진 사람이 누구일지 너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촬영이 금지된 마틴 파의 전시를 몰래 카메라로 촬영하고, 아이가 있어야 할 유모차에 리플렛이 담겨 있는 이 장면이 나름대로 마틴파적이라 생각되었다.
큐레이터 언니의 설명에 따르면 마틴 파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서, 객관적 사진의 금기였던 컬러를 적극 도입하였고, 그러면서 주관적인 의미를 담은 다큐멘터리 사진을 주로 촬영하였다고 한다. 사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나는 사진을 볼 때, 책을 읽듯이 그 사진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에 영화를 보듯이 관찰을 한다. 노출이니 색감이니 초첨이니 하는 건, 감각에 맡기고 그 이상은 신경쓰지 않는다.
마틴 파의 사진은 흑백 시절은 좀 더 따뜻한 감성을 담아내었다면, 컬러로 진행될 수록 풍자적이고 냉소적인 감성이 담기게 된다. 디지털로 옮겨 가서는 상당히 아이러니컬한 의미의 사진을 주로 촬영하였다. 마틴 파의 흑백 사진은 한 장 한 장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황량한 영국의 곳곳의 사람들의 표정과 소박한 인테리어, 아이러니컬한 풍경 등은 사진을 얼만큼 봐 왔던지 간에 뷰파인더를 통해 대상에 대한 애정을 갖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나쁜 날씨' 컬렉션은 비오는 런던의 거리를 촬영하기 위해 수중카메라를 들었는데, 렌즈 앞에 맺히는 물방울의 역할이 중요하고, 비에 젖어 구겨지고 찢어진 듯한 신문지 같은 런던의 풍경이 스산하게 다가온다. The Last Resort컬렉션에서는 컬러 사진이 시작되는데, 영국 노동계층이 가는 휴가지의 모순적인 풍경을 다룬다. 쓰레기 더미와 황량한 공사중인 건물 사이 사이로 사람들은 굴삭기 바로 앞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깨진 조개더미 위의 아이들 모습, 흘러넘친 쓰레기통 앞에서 식사를 하는 가족들의 모습으 붉은 컬러가 강조된 색상으로 전시되어 있다. 그 외에도 대량 생산을 통한 소비에 대한 여러 사진들을 시리즈로 촬영하였는데, 우리 생활에서 그런 소비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사진으로 풍부하게 표현했다. 전 세계 사진관에서 특이한 인물사진을 찍는 곳을 찾아내 자신이 직접 모델이 된 사진들을 시리즈로도 만든다. 후반부로 가면서 디지털 사진을 적극 활용한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건식복사의 대명사가 된 제록스의 기술을 이용한 프린팅 작품인 "상식(Common Sense)"는 수백장의 사진 작품을 디지털 프린팅 하여 벽에 월 형식으로 설치한 작품인데, 주머니에서 아무렇게나 꺼낸 돈으로 살 수 있을만한 흔한 가치의 것들을 독특한 색감에 과장된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길가에 파는 핫도그 같은 것이 그로테스크하고 섹슈얼한 의미를 띄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런 익살스럽고 섹시하고, 사랑스러운 사진들은, 다큐멘터리 사진, 즉 실제 이야기를 담은 사진이 새로운 서사의 방식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사진을 찍기 쉬운 시대에 어떤 이야기를 담아야 하는 것이 좋은 사진의 첫째 조건이 될 지, 어쩌면 유일한 조건이 될 지 모른다. 물론, 소스의 기술적인 완성도도 있어야 하겠지만 점점 진화되어 가는 카메라 기술과 리터칭, 그리고 그러한 사진이 플리커 같은 웹사이트를 통해서 전적으로 배포가 된다면, 사진이라는 언어가 가진 서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사람의 시각은 정말 민감해서, 보자 마자 좋은지 나쁜지의 옥석을 가려낼 수 있다. 마틴 파의 사진은 이미지 과잉의 시대에 오리지널리티 가득한 이미지란 어떤 것인가를 모델로서 제시한다. 그리고 이미지가 복제되고 재생산되는 사회에 반대하기 보다는 그 안에서 유머를 찾고 재미를 찾으려하는 장난기까지 보이는 정말로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