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를 하는 여학생의 발랄한 모습, 우리에게 친숙한 일본식 캐릭터의 애니메이션에 제목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이다. 그렇다, 아 그거. 별 내용 없을 것 같은데. 그냥 여자애가 달리다가 시간을 건너뛰면서 생기는 좌충우돌 에피소드 아냐?
시간을 달리는 소녀 포스터 - 네이버맞다, 시간을 달리는(뛰어넘는) 소녀가 나오는 에피소드를 그린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그 어떤 편견도 가지지 말고 이 영화를 봐야 한다. 이것은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나름의 가치를 지닌 '작품'이기 때문이다.
디빅을 다운받은 것을 실토하는 사람에게 천원으로 관람하게 해 주는 네거티브 마케팅의 구사와, SICAF와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열성적인 찬사를 받았던 이 애니메이션을 보아야 할 이유는 이미 충분하지 않을까?
마코토는 활달하고 명랑한 여고생으로 치아키와 코스케 라는 남자 친구들과 매일 야구를 하고, 지각을 하고 덤벙대며, 햇빛 찬란한 동네를 자전거로 달리는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러던 중 과학실에서 우연히 누군가와 부딪힌 후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타임 리프를 할 수 있게 된다. 매일 달리는 소녀답게 타임 리프 방법은 빠르게 달리다 점프를 하는 것이다. 타임 리프 능력을 가진 소녀는 처음에는 (당연하게) 노래방에서 노는 것을 10배로 돌린다거나, 지각을 면하고, 쪽지 시험 만점을 받고, 용돈을 다시 받는 것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점점 친구들, 사랑, 성장에 눈을 뜨게 되고, 어떤 사건에 의해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한 순간의 성장담 같은 이야기를 감독은 시간안에 여러 감정선을 잘 안배해서 적절히 배치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이야기는 상당히 독창적이고, 대사 하나 하나, 화면의 구성 하나 하나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캐릭터의 구성도, 남자같은 마코토와 야구를 하는 남자 친구들과 타임 리프에 빠진 마코토의 멘토 역할을 하는 이모, 그 외의 학교 친구들과 가족 들이 '소소하게' 등장한다. 하지만, 이 캐릭터들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감독은 표면에서 조금 더 들어간 적절히 친밀한 구도로 마코토와의 관계를 묘사함으로서, 캐릭터 간의 완력도 조절하고 이야기의 힘을 실어주는 역할도 한다.
타임 리프라는 능력이 등장하는 것은, '순간을 믿어라'라는 교훈과도 같다. 지금의 현재는 미래에서 돌아 볼 과거, 즉, '기억'이자 '추억'이 된다. 왜 자신은 항상 뒤를 돌아보는가에 대한 답은, 뒤를 돌아 봤을 때 후회하지 않을 과거를 지금 만들어야 한다는 것일 것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는 이러한 순간에 대한 마코토의 노력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건, 좋았던 지난 시절이 아닌, 좋다고 추억할 지금의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해 볼께"라는 자세로 말이다.
Time waits for no one이라는 영어사전에 예문으로 나올 구절이 암시적으로 반복되는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시간(Time)"이라는 것의 중요함과 함께, "누구(One)"라는 것도 초점을 맞춘다. 시간의 회로 안에서 우리는 '사람'을 떠올려야 하기에 더 신중해야 하고, 절박해 질 수 밖에 없다. 이 영화에는 성장의 아픔과 첫사랑의 두근거림, 젊은날의 자유, 우리가 돌아볼 때 좋은 느낌이 들만한 모든 추억거리들이 들어가 있다. 흡사, 마코토가 치아키가 강가에서 바라보는 노을처럼, 곧 사그러져서 가슴 아프지만, 눈에 띄는 아름다움은 어쩔 수 없는 그런 감정이 이 영화에는 잘 들어가 있다. 마코토의 이모가 회화복원 전문가로 나오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우리는 좋았던 것으로 돌아가려는 노력보다, 앞으로 완벽히 남을 무언가를 제대로 지키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
아름다운 그림, 강약을 잘 조절한 화면 컨트롤 덕분에, 극 자체에 몰두할 수 있었던 영화이다. 모든 것을 초월해, 마코토의 감정에 이입해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타임 리프라는 어려울 법한 이론을, 적절한 효과와 탄탄한 시나리오로 따로 설명이 필요없게 만들었고, 그 만큼 극에 몰입하는 데 방해할 만한 요소를 줄였다. 헐리웃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는 이런 새로운 이론을 설명하는데 얼마나 많은 괴짜(nerd)들과 장황한 이론설명의 시간을 들였을지 생각하면 끔찍하다. 그만큼 경쾌하고 간결해진 만큼, 풍성한 에피소드와 감정 표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포일러를 줄이기 위해, 가슴을 쥐어 짜면서 말하고 싶은 것을 참고 글을 쓴다. 가장 아쉬운 것은, CJ에서 인디영화로 배급해서 경로가 한정적이라는 것이 너무 아쉽다. 어깨에 힘주지 않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인생에 대해 잘 가르쳐 주는 영화가 또 있을까? 그리고, 좋았던 시절은 옛날이 아니라 앞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희망 또한 닭살스럽지 않게 일깨워 주는 영화는 또 없을 것이다. 마코토가 중요한 무엇인가를 위해, 거대한 시간의 틈을 뛰어 넘기 위해 빌딩의 옥상에서 점프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듯이, 삶의 순간에 대한 치열하고 애정어린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혹시 아는가, 누군가 미래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