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앤 더 시티 2
블링블링함을 강조하다 SF에 가까운 감각으로 남다른 포스터를 선 보인 섹스 앤 더 시티 2를 오늘에야 봤다. 이런 저런 일로 인해 매우 단 것이 맛보고 싶었고 극장에서 곧 사라질 지 모르는 섹스 앤 더 시티 2로 향했다.
현대판 공주스토리를 꼽으라면 섹스 앤 더 시티 영화 시리즈를 꼽겠다. 캔디스 부쉬넬의 원작은 여성과 섹스와 뉴욕이라는 공간에 대한 역사의 기록이라면 영화 시리즈는 이 역사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공주 이야기... 아니 맨하탄 사가(Manhattan Saga)쯤 되겠다. 섹스 앤 더 시티는 HBO에서 방영될 때는 좀 더 뉴욕의 사소한(아무리 패뷸러스라는 형용사를 붙인다고 해도)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졌으나 헐리우드 스케일로 넘어오면서 영화는 판타지가 되어버린다. 1편에서는 TV시리즈의 캐리가 짜증나는 어린소녀로 묘사되었다가 2편에서는 약간의 성장을 거친 사춘기 소녀 쯤으로 묘사된다. 이 모든 것은 기존에 미적지근한 캐리 브래드쇼의 이야기에 드라마를 부여하기 위한 것인 듯 하다.
캐리 브래드쇼가 항상 강조하는 '뉴요커(New Yorker)'라는 정체성은 영화 시작과 함께 울려퍼지는 Empire State of Mind에서 엿보기 싫어도 엿볼 수 밖에 없다. 반짝 거림의 결정체인 눈과 백조의 이미지를 차용한 스탠포드-앤쏘니 결혼식은 라이자 미넬리(Liza Minnelli)의 주례와 라이자 미넬리가 직접 춤 추고 부르는 "Single Lady"를 선보임으로서 게이 컬쳐에 대한 애정을 무한히 표현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캐리 브래드쇼의 순수한 맨하탄을 상징하는 스탠포드의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아주 우연한 기회에 네 명의 여자친구들은 유나이티드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Abudabi)로 초청받고 영화는 이내 이 도시와 중동문화에 대한 홍보필름으로 바뀐다. 1편에서 멕시코로의 여행이 어정쩡한 분량인 것이 아쉬웠던 듯 2편에서는 아부다비에서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보여주려 한다. 일단 공항에서 내리면 기다리는 개인용 차량은 흰색 마이바흐이며, 사막에 낙타를 타러가는 옷까지 전부 호텔에서 제공된 것이다. 이국의 초현실적인 중동의 고급 호텔에서의 생활, 뉴욕에 남겨둔 생활과의 갈등, 유혹, 문화적 충돌 등이 좌충우돌 펼쳐진다. 그리고 이런 장면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 2의 방식을 그대로 벤치마킹해서 보여준다.(마지막에 검은 장막 아래에 있는 화려한 패션의 아랍 여인들 장면 같은 것 마저 브리짓 존스의 일기 2를 연상시킨다.
이런 저런 소동을 뒤로 하고 그들은 행복하게 오래 살았습니다로 영화는 마치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문득 떠오른 건 트랜스포머 시리즈였다. 트랜스포머를 과연 단순한 액션SF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트랜스포머는 내용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눈으로 볼 수있는 가장 박진감 넘치는 액션 기술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이다. 세세한 디테일보다는 아주 짧게 연출된 액션 시퀀스의 조합이 더 중요한 것이다. 섹스 앤 더 시티 2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태그를 붙일 수는 있겠지만 트랜스포머처럼 더 이상 내용이 중요한 영화가 아니게 되었다. 특히 TV시리즈에서 보여준 여성과 섹스에 대한 이야기는 스크린으로 옮겨지면서 매우 진부해지기 때문이다. 진부함을 탈피하는 것이 기존 캐릭터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닌 아부다비라는 중동에서의 문화충돌이라는게 더욱 더 안타까운 것은 그런 이유에서 이다. 스타일은 더욱 더 럭셔리해졌지만 스토리는 점점 더 빈곤해져간다. 특히, 영화에서 바라보는 여성에 대한 시각은 날이 무뎌져도 한 참 무뎌졌다.
그렇지만 섹스 앤 더 시티 2는 전작 영화편에 비해서는 좀 더 안정적인 스토리라인을 보여주는 편이다. 전작이 영화라는 스크린을 의식해 장편영화로서의 완급 조절을 실패한 반면 2는 아예 2~3부작이나 반 시즌 정도 될 법한 에피소드들을 잘 엮어두었기 때문이다. 이런 구성은 기존 시리즈에서도 가끔 교외의 결혼식이나 LA여행, 아틀란틱 시티 여행 등에 대한 자료가 축적되어서 무리 없이 가능했으리라 본다. 전 편에 비해 캐릭터들의 연기도 훨씬 TV시리즈 때의 완급을 되찾은 느낌도 든다. 단지 큰 스크린에서 늘어난 주름살을 확인하는 건 사실 가슴이 아팠다고 할까. 3편이 나와도 이상하지는 않으리라 본다. 단지, 3편은 좀 더 거친 화면과 맨하탄의 일상을 솔직히 보여주고, 좀 더 실제적인 패션 아이템들로 꾸민 분위기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