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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009

Objectified

영화 Objectified
감독 Gary Hustwit (Helvetica로 잘 알려진 감독 기존 엔트리 참조 : Helvetica (Neue Haas Grotesk))
- 디자인영화제 오늘 마지막 상영

디자인에 대해 내 의견이 가장 힘있게 들어갔던 것은 고등학교 2학년때인가 구입한 소니의 EX9이란 워크맨이었다. 아마 EX9은, 그 후에도 모델이 계속 나왔지만, 테잎으로 돌아가는 가장 미니멀한 워크맨으로 기억된다. 본체에는 컨트롤 관련 버튼을 거의 없애고 리모컨으로 모든 기능을 컨트롤하게 만들고, 라디오 기능을 과감히 없애버렸다. 덕분에, 미래지향적인 금속제 바디와 푸른색톤과 붉은색 톤을 입체적으로 살린 레인보우 컬러(라고는 하지만 햇빝이 비치는 기름막 같은 색깔을 연상하면 될 듯)의 기기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었다. 모터 기반의 기기라 1년 6개월이 되지 않아 고장이 났었지만, 많은 음악을 들었던 기기였다. 내가 아직도 아이팟 셔플을 쓰는 이유가 그 때 시작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디자인은 일종의 선택이다. 수 많은 고민의 결과이지만, 사용자가 디자인의 기술적인 고민 따위를 느끼지 않아야 진정 좋은 디자인이라고들 한다. 이를테면 본체에 버튼이 달린 클립온 형태의 아이팟 셔플은 운동을 할 때 티셔츠의 슬리브에 붙이거나 외출할 때는 바지의 주머니에 살짝 끼워 쓰는 편리함은 액정이 없거나 DMB가 없거나 하는 정도는 콧방귀를 낄 수 있을 정도이다.

Objectified는 이런 디자인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될 영화이다. 산업화 이후 대량생산은 모두에게 좋은 디자인을 소유하도록 했다. 탈산업화 이후 다양성에 대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좋은 디자인이란 존재하고, 다양성에 대한 어설픈 시도로 안 좋은 디자인이 다수 생산되기도 한다. 객관화되고 대상화된(objectified) 아름다움에 대한 이 다큐멘터리에는 어려운 디자인 강의나 이론은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유니바디 맥북시리즈와 맥북에어를 위해 새로운 공정까지 기획해가며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인 애플의 조나단 아이브나 혁신적인 디자인 회사로 손꼽히는 IDEO의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엿보거나 할 수는 있다. 디자인은 새로운 것을 소유하려는 욕구를 충족해야 한다는 의견과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만들고 구입하기 이전에 자기가 갖고 있던 것들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디자인에 대한 의견이 교차로 보여지기도 한다.

감독은 80시간의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이야기를 추려서 1시간이 조금 넘는 분량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냈다. 계속해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인터뷰가 일정한 흐름을 지니는 것은 감독이 정말 필요한 부분을 추려내는데 많은 공을 들여서일 것이다. 화면의 톤, 전작에 이은 엘 텐 일레븐(El Ten Eleven)의 음악이 잘 어울리는 디자인적인 완결성이 뛰어나다.

영화에 등장하는 말 중에 가장 인상이 깊었던 점 두 가지는, 유니버설 디자인과 디자인이 느껴지지 않는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였다. 디자인은 가장 극단적으로 사용하는(extreme)예를 생각해야 한다. 이를테면 어린이가 사용하는 전기드릴이나 신체부자유자가 운전하는 자동차 같이 어떤 상황의 사람이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극단적인 예를 만족하고, 그 중간의 사용자들은 알아서 따라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디자인은 어디까지나 제품의 기능에 사용자를 참여하고는 한발짝 물러나야 하는 것이지, 디자인의 고민이나 디자인을 위한 기술적인 이론 등이 제품 사용성을 방해 해서는 안된다.

디자인 전공과는 무관하게 관심만 있다면 충분히 보고 즐길 수 있는 다큐멘터리이다. 그리고 정말 우연한 기회에 상영이 되어, 관련 다큐멘터리 중에는 가장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장면도 많이 나온다. 상영 첫 날 GV 시간에 감독이 말한 것은 '자신이 보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영화로 만들었다.'였다. 대상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의미에서 균형잡히고 순수한 접근이 아주 인상적인 영화이다.

*진작 글을 쓰려고 했는데 사실 아직도 영화에 대한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오늘(29,수)까지 상영이라고 하는데, 1주일 더 연장할수도 있다고 합니다. 한번 더 보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감독이 직접 들고온 헬베티카의 DVD를 판매중입니다. 저도 예전에 미국 있을 때 빌려봐서 이번 기회에 구입을 했습니다. 직접 들고 온 거라 한국어 자막이 없습니다. 참고하세요. 가격은 2만원이었습니다.
*헬베티카와 오브젝티파이드에 등장하는 음악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음악은 뉴욕 출신의 팀인 엘 텐 일레븐(El Ten Eleven)의 음악입니다. 보컬없이 독특한 연주로 이루어진 음악은 감독이 개인적으로 친분도 있고 팬이기 때문에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고 계속 기억에 남아서 저도 좋아하는 팀입니다. 엘 텐 일레븐의 음악은 미국 아마존이나 아이튠즈의 온라인 스토어에서 판매중이고, 그 두 군데에서 구입을 못할 경우는 공식 웹사이트 http://www.elteneleven.com/ 에서 PayPal 결제를 통해 구입가능합니다. 공식 사이트에서 앨범당 10달러선으로 팔고 있고, 무손실 FLAC과 192k의 비트레이트 MP3로 판매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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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일식 현상은 터치휴대폰이 공짜로 풀리는 시대에도 신비로운 현상인 걸 보면, 인류는 애써 자신의 한계를 무시하고 살아온 게 맞는 것 같다.

어제 친구와 선글라스를 사러 간 심야의 두타의 한 안경점에서 시력테스트판을 가만히 응시했다. 아직도 양쪽 2.0의 시력은 나빠지지 않은 듯 했다. 다행이다.

하지만, 햇빛은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 심지어는 벌건 대낮에는 고개를 들 수 조차 없이 눈이 부신 날이 많다.

오늘 이글거리는 태양에 맞서 내 공짜폰의 카메라를 혹사시키며 본 것은 뜨거운 태양을 한 웅큼 베어문 모습이었다. 언제나 저 자리에서 영원히 타오를것 같은 불덩이의 일부가 혹은 전부가 까맣게 잠식당한 모습은 21세기에도 불안한 기운을 느끼게 하기 충분한 듯 하다.

내일은 많은 것이 변할 것이다.
나는 멍청하게 살아왔다고 자책하지 않고,
맨눈을 들어 까맣게 변해가는 태양을 바라보듯,
모든 것을 똑똑히 바라볼 것이다.

그리고 기억할 것이다. 변하지 않는 시력처럼, 먼 훗날이 되어도 그 기억이 쇠태하거나 변질되지 않도록 똑바로 바라볼 것이다. 나는 이제 멍청이가 아닌 증인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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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이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 (모건스탠리리서치-15세 인턴 보고서)

모건 스탠리에서 여름 인턴으로 일한 매튜 롭슨이 쓴 미디어 리서치 자료가 화제가 되었다.

영국의 10대를 타겟으로 조사를 한 내용이지만, 국내에서는 20대 초반의 인터넷을 이용하는 젊은층까지 확대가 가능할 것 같다. 페이스북을 싸이월드로 바꾸거나 하는 등의 지역적 특색을 이용하면, 거의 한국의 10~20대의 미디어 소비형태를 가늠할 정도이다. 이는, 자료가 철저히 10대의 관점에서 여과 없이 조사되었고, 근거도 굉장히 명확하기 때문이다. 설문의 과정에 특정 마케팅 의도가 배제되고, 있는 현상을 그대로 조사했기 때문에 요 근래 나온 어떤 자료보다 활용성이 높을 듯 하다.

대체로 무료, 간단하고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의 극대화, 공유 등의 특징을 보이는 행동양식은 '웹'을 통한 마케팅 효과를 교과서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자료일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 중심의 라이프 스타일 일회성으로 이행에 대한 우려들이 그대로 실현된다는 점에서 이제는 그러한 우려 대신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이 글을 읽는 어떤 사람이건 간에, 인터넷에 접속해 있다면 이 보고서(영문이나 쉬운 편)를 읽거나 관련 기사를 한번 쯤은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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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에 뜬 OS

티맥스 윈도9의 9자는 아마도 구라의 9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 말은 농담이 아닐지도 모른다. 티맥스는 MS의 의존성을 타파하기 위해 윈도와 똑같은 윈도(s한 글자 차이)를 만들었고 2009년을 기념해 9으로 명명하였다고 한다. 100%호환성을 목표로 했다고 하니 아마 실제 출시 버전은 11이 될지 20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실제 ReactOS나 Wine이 구현한 윈도가 아닌 운영체제에서의 윈도호환성만도 못한 5분 남짓한(그것도 진위 여부 논란이 심각한) 데모를 구현해 놓고는 눈물과 땀으로 이룩했다고 호소하는 분위기였다. 실제 행사장을 가보진 못했지만 실시간 중계와 여러 증인들의 트위터 포스팅을 본다면 아마 황우석 사태 이후 최악의 사기 사례로 거론될 가능성도 있는 듯 하다. 황우석 사태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앞뒤 맞지 않게

난치병 환자들의 병을 고치겠습니다.

 라는 메시아 컴플렉스에 휩쌓인 박사의 말이었다. 이번에도 똑같은 말이 되풀이되고 있는 듯 하다.

 불의의 사고나 선천적인 장애로 인해 겪을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기까지 쳐 가면서 고쳐주겠다고 장담하는 것보다는 정직한 연구와 사회에서 약자에 가해지는 고통의 장벽을 없애는 일이 최우선이었을 것이다. 병을 고치는데 도움을 주는 건 좋지만, 병이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이므로 고통을 겪는 사람을 차별하는 사회를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좋은 행동이다.

티맥스 윈도는 MS의 윈도XP만 대체하면 자신들이 세상을 구원할 것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 주장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 되었다. 윈도7이라는 윈도의 새 버전이 목표하는 것은 MS가 과거에 만들어둔 여러 Legacy의 장벽에서 해방하는 것이다. 새로운 윈도였던 윈도 비스타를 좀 더 쓰기 좋게 바꾸고 XP라는 유산(legacy)은 XP Mode라는 가상화 기술로 캡슐화 한다. 그리고 이미 수명이 다해 무균실에 격리되어 있는 XP를 티맥스는 클론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보고 칭찬을 해야 한다는 것일까?

정말 세상에 OS가 윈도밖에 없다면 티맥스의 시도는, 결과가 어찌되었든 박수를 받아 마땅할 일이다. 하지만, 윈도의 선택은 한국에서 사실상 표준(de facto)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윈도 말고 다른 OS를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윈도가 표준이 된 데에는 MS Office와 ActiveX라는 특수한 환경이 한 몫을 했다. 윈도를 쓸 수 밖에 없는 환경은 대게, Excel에서 매크로 처리부분의 호환이나 공인인증서 사용을 위한 ActiveX 설치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은 사실 없앨수도 있다는 믿음이 생겨나고 있으며, 그러한 노력도 한국에서 가능성을 막 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티맥스는 다들 개방화의 물결로 가고 있는데, 혼자 또 다른 폐쇄적인 플랫폼을 만들겠노라 하는 선언을 하고 나선 셈이다. 물론, 리눅스/유닉스/Mac OS와도 호환을 장담한다는 대담한 발언까지 서슴치 않는 데에는 뭔가 쌓아둔 것이 있겠지만, 7월 7일의 사건을 보면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러는 와중에 구글은 크롬을 기반으로 한 미래형 OS를 만들겠다고 발표한다. 크롬은 각 운영체제의 가장 외부의 창모양의 구조를 뜻하는데, 크롬 브라우저는 그러한 크롬을 인지하지 않고 사용자의 시선을 바로 웹으로 가져가겠다고 야심차게 출발한 웹 브라우저 프로젝트 이다. 군더더기 없이 전체화면으로 펼쳐지는 구글 크롬 화면은 그 동안 MS오피스와 윈도의 어플리케이션에 묶여있는 사용자들을 개방화된 웹의 세계로 이끌고 간다. 사용자는 아무 거부감없이 구글이 인도하는 폭신폭신한 구름위의 세계인 클라우드로 인도되는 것이다.

네트워크 자원, 갈수록 모호해지는 경계, 자원의 공유, 그린IT 등의 트렌드를 적당히 조합하면 정답은 대충 나온다. 가상화와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플랫폼에 자유로운 컴퓨팅이다. 미래에는 컴퓨팅의 행위는 있지만, 컴퓨터의 실체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구름위에 둥실 둥실 떠 있는 OS들이 출현할 것이다.

그럼에도 티맥스는 아직도 뜬구름 잡는 말을 하고 있다. 구름은 솜사탕처럼 잡히는 덩어리가 아니라고 한다. 무수히 많은 물방울이 어느 정도 응결한 상태의 모음이다. 그리고 그 모음을 멀리서 보면 구름의 모양으로 보인다. 아마 그러한 존재를 알기 위해서는 구름처럼 가벼워져야 할 것이다. 사뿐히 하늘 위로 올라가서야 그 실체를 어느 정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의 미래는 의외로 가벼운 구름위로의 산책일지도 모른다. 무게를 더는 것 그게 바로 핵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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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말하기

나는 세상에서 가장 간단하고 쉬운 일이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잘못된 생각이다.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영리하고 약삭빠르게 계산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이유로든 거짓말을 하던 어린 시절에 언젠가는 나이가 먹고 책임감이라는 게 생기면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될 지 모른다는 달콤한 상상을 했었던 것 같다. 거짓말은 나이가 들 수록 진실과의 경계가 흐려진다.

내부에서 비롯되었든 외부에서 온 것이든 나는 어느순간 내가 가치도 없는 말을 지껄이고 산다는 생각이 가끔 들었다. 내가 하는 말에 책임을 지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린 시절의 기대는 커녕 세상에서 가장 약삭빠른 인간이 되 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묘한 쾌감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제대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한 세상이 되어서 고작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거짓말을 하기 위해 침묵을 지키는 것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입을 열면 자기 변명과 비겁한 술수가 쏟아져 나올 것 같기 때문이다. 무엇이 이런 세상을 만들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굳이 나의 책임을 덜 생각은 없다. 어찌되었든 나는 침묵이라는 비겁한 방법을 택한 것이니까.

요즘은 어떠한 책임감 때문에 책을 읽는 것 같다. 전에는 쉽게 손에 넣지 않았던 책을 교보에 주문해다가 매일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조금씩 읽어내려가는 중이다.

"스토리텔링의 비밀"은 수천년전 아리스토텔레스가 만든 '시학'이라는 책이 아직까지도 수천만 달러의 흥행을 부르는 헐리웃 영화에서도 그 법칙이 쓰인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그리고, 왜 헐리웃 영화들은 해마다 플롯이 정교해 지는지도 알게 해 준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나에게 희박한 '사회'와 '계급'의 문제에 대한 좋은 교과서였다. 건조한 문체로 쓰여진 이 책은 세상을 보기 위해 결핍된 가치들을 새삼 일깨워 준다.
"번역의 탄생"은 다른 나라의 말과 모국어의 간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에 대한 좋은 교과서이다. 가급적 평등하게 껍데기 이전의 '의미'로서의 언어의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것이 모국어와 외국어의 경계를 떠나서 내부와 외부의 언어의 구분짓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가르쳐 준다.
"콩고의 판도라"는 여러 소설 장르를 잘 짜맞춘 소설로, 제법 긴 길이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잘 읽혀진다. 콩고는 인간이 문명이라는 것을 만들면서 의도적으로 외면한 '무의식'을 상징하는 공간인데, 이 공간을 둘러싼 '기억'과 '조작', '진술'이라는 형태가 어떻게 변형되고 보존되는 지를 아주 신선하게 보여준다. 아주 통속적일 것 같은 이야기와 구성을 놀랍게 빚어낸 작가의 파워가 새삼 놀라웠다. 전작인 "차가운 피부"를 읽어볼 생각이다.

"웹 이후의 세계"는 아직 끝내지 못한 책으로, 김국현님의 신작이다. 모바일 기기로 틈틈이 썼다는 이 책은 '웹'이 생활을 바꿔놓고 실제계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현재와 근미래에서의 우리 삶의 의미에 대해 아주 잘 통찰을 하고 있는 책이다. 생물학과 전산학을 공부한 저자이지만, 인문학적 메타포를 근사하게 사용하는 재주가 있다.
"톨스토이-전쟁과 평화" 옥스포트판으로 덜컥 사 버렸다. 왠만한 성경책 세권 두께를 합친듯한 페이퍼백을 보면 사실 걱정이 든다. 나는 어쩌자고 1200페이지나 되는 러시아 작가의 소설을 영어판으로 샀을까? 오랜만에 도전하는 고전이다. 제발 살아남길 기도한다.

이런 노력들이 아주 미미할지라도 진실을 말하는 세상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주었으면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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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2 IMAX - 더도 덜도 말고 블록버스터

아마 아이맥스관까지 가서 그것도 막차시간 아슬아슬하게 보러가는 관객이라면, 그것도 1편을 세 번이상 아이맥스로 관람했다면 이 영화에 대한 소감은 재미있다일 것이다.

여러가지 면에서 1편과는 차이가 보인다. 1편은 '변신로봇'이라는 빛바랠대로 빛바랜 애들 장난감 이야기를 범우주적 블록버스터로 만들어낸 노력이 있었다면 2편은 트랜스포머라는 프랜차이즈를 확고하게 다지기 위해 뭐든 X2라는 1+1 행사같은 영화를 만들어냈다. 길이는 좀 더 길어졌고, 액션 장면의 수도 늘어났고 로봇의 수도 늘어났다.
문제는 점점 다이하드 4.0같은 다른 종류의 영화들과도 비슷해질 정도로 플롯이나 소재가 일반화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샘이 새로 진학한 대학에서 룸메이트를 만나고 이들이 해커들이고 닷컴 구루들이다가 전작 섹터 7의 요원을 만나러 가는 과정은 다이하드 4.0에서 해커를 만나러 가는 과정이 너무 비슷하다. 로봇이 나오지 않는 장면은 다른 재난/테러물과 거의 차이가 없고, 로봇이 나오는 장면은 터미네이터의 신작시리즈가 떠오른다. 산업적으로 검증된 장치를 쓰는 것이지만, 점점 클리셰(cliche)가 되풀이 되는 건 문제가 있다.

눈 앞에서 화려하게 펼쳐지는 로봇 변신쇼를 보러 간 거기 때문에 사실 딴 건 신경이 쓰이질 않았다. 플롯이야 너무 명확해서 이미 대충은 알고 있는 것이었고, 더 유치해진 대사들이야 그냥 넘어갈 만 했다. 로봇들은 무수하게 많이 나오는데 하스브로에서 피규어와 장난감 라인업을 완벽하게 출시할 것이므로 나중에 확인해도 늦지 않다.

긴 상영시간동안 넘치는 듯한 로봇액션을 선보여서 후반부에는 지칠 정도이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지만 대충 끝내는 듯한 결말은 살짝 실망스러웠다. 메건 폭스의 연기는 1편보단 확실히 존재감이 있고 자신의 장점을 잘 이용하는 영리함을 보인다. 샤이아 라보프는 몸을 사리지 않는 혼신의 연기를 선보이는데 아마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큰 배우가 될 것 같다. 그 외의 조연들은 주어진 연기를 충실히 했지만, 눈여겨 보지 않은 관객들은 누가 누군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에 대해서 피곤하게 떠드는 것 만큼 무의미한 일은 없을 것이다. 더도 덜도 말고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정교하게 만들어진 영화상품이며, 헐리웃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충실히 따르는 제품이다. 전편에 비해서 더 영혼은 줄어들었고, 장치만 늘었더래도 그리 불만은 없다. 이를 테면 포르노를 보면 어떻게 만났고 헤어지고 하는 내용이 가끔 재미있고 잘 만들었을 수는 있지만 본래 목적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것처럼 이 영화도 철저하게 로봇쇼로서의 역할을 다 해내고 있다. 1에서 부족한 듯 빨리 지나갔던 로봇 변신 장면은 2에서는 유감없이 제공해 주므로 그것 하나는 걱정 안 해도 될 것이다.

그리고 트랜스포머2를 보면서 IMAX 2D 디지털 리마스터링 형태와 일부 장면의 아이맥스 촬영은 아마 헐리웃 액션 블록버스터에서는 일반적인 제작방식이 될 듯 하다. HD화질의 다운로드 영화에 극장이 경쟁하는 방법으로서는 나쁘진 않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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