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미래형 서점 - 교보문고 리노베이션
소통하는 미래형 서점은, 사실 아마존이다. 끊임없이 필요하지 않은 게 없느냐고 메일로 물어보는 이 서점의 컬렉션은 묘하게도 내 성향을 잘 파악해서 추천한다.
교보문고가 소통하는 미래형 서점이라고 했길래, 서점 중앙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다니면서 원하는 책을 말하면 가져다 주고 이런 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교보문고의 리노베이션은 정말 안타까운 수준이었다. 미래는 커녕 소통은 어디에 있는 지 당최 알 수가 없다.
물론, 교보에서는 미술작품을 설치한다거나 그 동안 불편했던 핫트랙이나 문구코너의 동선을 개선했다고는 한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개선한 건 그나마 분리되어 있던 멜로디스를 서점 안으로 바짝 붙여둔 것과 아직까지 여러개의 프랜차이즈 커피점 같은 게 들어올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 정도일 것이다.
이번 교보문고 리노베이션은 뭔가 요란한 홍보에도 불구하고 강남점과 상당히 비슷하게 꾸며두었다. 그리고 오히려 영풍이나 반디앤루니스와의 차별점은 더 없어진 그저 그런 덩치만 큰 서점이 되었다. 이리 저리 섞어둔 서가의 위치도 문제겠지만 그 외에도 사소한 문제들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전의 교보는 지하에 위치했지만 그리 어두운 편도 아닌 적당한 조명이 있었다. 그리고 서가는 카페트를 바닥에 깔고 적당한 조도의 조명을 배치해 책을 고르고 읽기가 편했다. 구역별로 확실히 나뉘어 있어서 필요한 볼일만 보고 빠져나가기도 좋았다.
리노베이트된 교보는 우선 훨씬 더 밝은 조명을 직접 분사시키고 바닥은 번쩍거리는 대리석으로 시공했다. 결과는 눈이 아파서 책 제목도 읽을 수가 없다. 가뜩이나 조명이 밝은 데다가 책이 있는 곳은 오렌지색으로 된 조명을 쏘는 곳도 많아서 눈이 부셔서 책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전체적으로 밝더라도 책이 있는 곳은 조명을 차분하고 집중적으로 만들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앉아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쫓아내기 위한 방편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수입서적 코너에서는 스티커로 붙여두던 가격을 모조리 없애 버렸다. 그렇다고 달러로 돈을 받을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예전의 교보는 수입 서적 코너가 아예 분리된 형태로 되어 있어서 할인율의 안내 같은 것도 잘 보이는 곳에 있었고, 책도 좀 더 여유롭게 구경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수입 서적은 코너로 분류되면서 더 좁아지고 불편해졌다. 특히 가격을 가늠할만한 표시가 전혀 없다.
반면 문구코너는 이제 백화점을 방불할 정도로 화려해 졌다. 카페도 들어섰고 멜로디스는 그야말로 백화점 푸드코트 정도의 영업을 하려고 하는 듯 하다.
이번 교보문고 리노베이션은 슬로건만큼이나 실망스럽다. 소통하는 미래형 서점에서 소통도 없고 미래도 암울했다. 그냥 사람들이 좋아하던 교보문고를 앗아간 거나 마친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보문고 리노베이션이 보여주는 우리나라에서의 문화컨텐츠라는 위치는 그냥 대리석 인테리어를 그럴듯하게 꾸미기 위한 존재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흔히 디지털이니 온라인이니 미래니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짝거리는 인테리어로 바꾸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교보문고라면 좀 더 다를 줄 알았는데, 차라리 삼성역 반디앤루니스가 지금은 더 나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