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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010

소통하는 미래형 서점 - 교보문고 리노베이션

소통하는 미래형 서점은, 사실 아마존이다. 끊임없이 필요하지 않은 게 없느냐고 메일로 물어보는 이 서점의 컬렉션은 묘하게도 내 성향을 잘 파악해서 추천한다. 

교보문고가 소통하는 미래형 서점이라고 했길래, 서점 중앙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다니면서 원하는 책을 말하면 가져다 주고 이런 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교보문고의 리노베이션은 정말 안타까운 수준이었다. 미래는 커녕 소통은 어디에 있는 지 당최 알 수가 없다.

물론, 교보에서는 미술작품을 설치한다거나 그 동안 불편했던 핫트랙이나 문구코너의 동선을 개선했다고는 한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개선한 건 그나마 분리되어 있던 멜로디스를 서점 안으로 바짝 붙여둔 것과 아직까지 여러개의 프랜차이즈 커피점 같은 게 들어올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 정도일 것이다. 

이번 교보문고 리노베이션은 뭔가 요란한 홍보에도 불구하고 강남점과 상당히 비슷하게 꾸며두었다. 그리고 오히려 영풍이나 반디앤루니스와의 차별점은 더 없어진 그저 그런 덩치만 큰 서점이 되었다. 이리 저리 섞어둔 서가의 위치도 문제겠지만 그 외에도 사소한 문제들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전의 교보는 지하에 위치했지만 그리 어두운 편도 아닌 적당한 조명이 있었다. 그리고 서가는 카페트를 바닥에 깔고 적당한 조도의 조명을 배치해 책을 고르고 읽기가 편했다. 구역별로 확실히 나뉘어 있어서 필요한 볼일만 보고 빠져나가기도 좋았다.

리노베이트된 교보는 우선 훨씬 더 밝은 조명을 직접 분사시키고 바닥은 번쩍거리는 대리석으로 시공했다. 결과는 눈이 아파서 책 제목도 읽을 수가 없다. 가뜩이나 조명이 밝은 데다가  책이 있는 곳은 오렌지색으로 된 조명을 쏘는 곳도 많아서 눈이 부셔서 책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전체적으로 밝더라도 책이 있는 곳은 조명을 차분하고 집중적으로 만들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앉아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쫓아내기 위한 방편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수입서적 코너에서는 스티커로 붙여두던 가격을 모조리 없애 버렸다. 그렇다고 달러로 돈을 받을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예전의 교보는 수입 서적 코너가 아예 분리된 형태로 되어 있어서 할인율의 안내 같은 것도 잘 보이는 곳에 있었고, 책도 좀 더 여유롭게 구경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수입 서적은 코너로 분류되면서 더 좁아지고 불편해졌다. 특히 가격을 가늠할만한 표시가 전혀 없다.

반면 문구코너는 이제 백화점을 방불할 정도로 화려해 졌다. 카페도 들어섰고 멜로디스는 그야말로 백화점 푸드코트 정도의 영업을 하려고 하는 듯 하다. 

이번 교보문고 리노베이션은 슬로건만큼이나 실망스럽다. 소통하는 미래형 서점에서 소통도 없고 미래도 암울했다. 그냥 사람들이 좋아하던 교보문고를 앗아간 거나 마친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보문고 리노베이션이 보여주는 우리나라에서의 문화컨텐츠라는 위치는 그냥 대리석 인테리어를 그럴듯하게 꾸미기 위한 존재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흔히 디지털이니 온라인이니 미래니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짝거리는 인테리어로 바꾸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교보문고라면 좀 더 다를 줄 알았는데, 차라리 삼성역 반디앤루니스가 지금은 더 나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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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

논산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을 때 탈영에 대한 교육이 꼭 있다. 탈영은 공소시효가 없는 범죄라고 한다. 군대라는 곳은 그러니까 사람이라는 단계가 아닌 아주 이상한 신분을 입는 곳이라는 이야기가 되겠다.

이송희일 - 탈주

탈영에 대한 명확한 이유나 앞으로의 계획이 뚜렷하지는 않고, 계속해서 달리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어차피 이 탈주가 성공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단지, 얼마나 오래 효율적으로 버틸까 마지막은 얼마나 빨리 맞이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는 내내 한국은 사방이 막혀버린 고립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주인공들도 못 나가는 장소이다. 이 장소 안에는 군대에서처럼 계급을 이용한 성적인 공격이 행해지고, 집단을 위해 개인이 희생되는 상황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이른바 탈영은 한 순간 잘못 마음먹은 것이 아닌, 기형적인 사회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자칫 한 눈을 판 사이에 경계에 남겨진 사람들이 떠안아야 할 몫인 것이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굉장히 선명한 편이다. 그래서 행간에는 함축적인 의미라기보다는 노골적인 요소들이 숨겨진 듯 위장하고 전면에 드러나고 있다.

집단적으로 행동을 함으로서 성공적인 탈주를 향한 법칙을 위배하면서 시작되는 관계에서 탈영을 했음에도 계급의 흔적이 남아 있는 관계라던가, 퀴어 영화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주인공들의 관계라던가, 헬리캠과 뉴스를 통해 모니터링 되는 탈주의 과정이 나중에는 CCTV를 향해 직접 총을 쏘면서 전체주의적 사회에 대한 고발이라던가 하는 문제의식은 굉장히 선명하게 제시가 된 듯 하다. 

그렇지만 후회하지 않아에서도 이송희일 감독은 이미 회자된 소재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선보인 바 있다. 탈주에 대해서도 영화를 보기 전까지 어느 정도 예상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익숙한 소재를 굉장히 다르게 표현해서 보여준다. 

헬리캠 후원단으로 영화를 보게 되어서, 나중에 크레딧 올라갈 때 내 이름이 나오니 기분이 굉장히 이상하기도 했다. 영화를 좀 더 꼼꼼하게 보게 된 것도 같다. 이 영화는 기대보다 훨씬 이야기거리를 많이 갖고 나온 영화같다. 단, 전편보다 화면이 잘 나오긴 했지만 어두운 화면에서의 컨트롤이 매끄럽지 못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하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화면에서 주는 긴장감이 큰 것으로 봐서 조금만 기술적인 면을 보완한다면 좋을 것 같다.

이 영화를 어떤 범주에 넣어서 소개를 하든 크게 관계는 없겠지만, 후회하지 않아에서 보여준 감독만의 스타일이 잘 살아난 듯 해서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 아마도 탈영을 다룬 영화 중 탈주와 같은 영화는 이전에도 없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잘 나오진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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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

좋든 싫든간에 우리나라에서 음반시장이란 건 너무나도 보잘것 없는 사업으로 전락해 버린 듯 하다. 아직도 가창력으로 승부한다느니, 실력파라느니 하는 판타지가 남아있긴 하지만, 적어도 앨범이란 상품이 주인공이 되던 시대는 끝난 것 같다. 그것이 시대의 슬픔이냐 아니냐 하는 것 또한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그런 시대에 뮤지션들은 앨범에 뭔가를 '담기'위해 필연적으로 노력한다. 뭔가 더 심오한 걸 담게 되면 진짜 앨범을 사는 팬들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렇게 잡으려던 팬들은 나이를 먹어 앨범 사는 걸 귀찮아 하거나 사는 방법을 점점 모르게 되어가고, 레코드 가게는 하나 둘 문을 닫아 간다.

DJ DOC의 풍류는 그런 시대에 뭔가 심오한 걸 담지 않으려 해서 마음에 든다. 오히려, 마구 뱉어내는 느낌이 좋다. DOC의 커리를 쫓아오는 열렬한 팬이었던 적은 없지만, 그간 귀동냥으로 들어왔던 DOC스타일이 때묻지 않고 유지되어 온 것이 기쁘다.

풍류는 영악하게 유지해 온 '악동 이미지'와 함께 듣기 좋고 즐기기 좋은 음악을 그간 해 오던 식으로 뱉어냈다.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세월이 어떻고 시대가 어떻고 그냥 DOC의 음악은 바로 이런 것이다! 라는 통쾌한 선언을 한다. 

물론, 이 앨범에는 국내에서 명맥을 근근히 유지하는 뮤지션형 가수들의 참여나 언더 힙합의 희망들도 참여를 하고 장르적인 다양한 시도도 하려고 한 노력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노장이 되어 버렸다고 어울리지 않는 뭔가를 담으려고 하는 시도를 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들의 음악은 편한대로(실제로는 뼈를 깎는 창작의 고통을 겪었겠지만) 심플하고 베이직하게 출발한 영감에서 엔터테인먼트로 충만한 DOC의 파티 음악이 간지나게 뽑아져 나왔다.

나는 이 앨범에서 다른 곡들도 좋지만, 용감한 형제들이 참여한 '투게더'라는 음악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이런 음악은 어설프게 뮤지션의 진정성을 논하거나 혹은 아주 대놓고 싸구려로 음악을 만들거나 하는 현대 한국의 뮤지션들과 아이돌이 겪고 있는 매너리즘을 뛰어 넘은 DOC만이 할 수 있는 뛰어난 작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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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의 시대(원제: 페이스북의 숲)

플랑드르파같은 음울한 디자인 컨셉의 프로필 사진 인상적이었던 함부르크의 공항의 보잉747기 앞에서 포스퀘어로 세 번째 체크인을 하자 "로컬"뱃지를 부여받게 되었다. 나는 '아 또 독일인가'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누군가 페이스북에서 "Like"로 표시한 오케스트라로 편곡된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노르위지언 우드를 유튜브에서 돌려보면서 나는 지독한 "404 Not Found"에러에라도 빠진 듯 하였다고 코멘트 하였다.

트위터로 @flight_attendant_de가 나에게 "괜찮냐"는 멘션을 보내어 나는 그냥 단순히 외롭다고 리플했다. 그녀는 곧 이어 "우리 모두 가끔 그럴때가 있잖아요."라는 다른 이의 포스팅을 RT해 주었다. 별 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듯한 그녀의 계정은 "안녕(auf wiedersehen)이란 마지막 포스팅을 포스팅을 끝으로 영원히 블록하였다.

1800회의 API요청이 넘어버린 지금도 나는 그 초원의 풍경을 링크한 http://goo.gl/vPye 짧게 줄인 주소가 유실되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다. 

.....

"... 그땐 어쩌면 나오코가 나를 팔로하게 될 지도 모르지. 우린 맞팔률 계산기를 따지며 서로 팔로하고 있는 건 아니잖아. 만약 나오코가 나를 당장 팔로하고 내 타임라인을 보기 시작하면 되는거야. 안 그래? 어째서 그렇게 모든 일을 어렵게 생각하지? 음, 아이폰을 쥔 손목의 힘을 빼라고 아이폰을 꼭 쥐고 있으니까 그런 트윗만 날리게 되는거야. 터치스크린을 살살 눌러."

"왜 그런 말을 하는거야?" 하고 나오코가 몹시 메마른 소리로 페이스북에 "혼란스럽다"라는 말을 남기려고 한다고 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나는 뭔가 RT를 해야하지 말하야 할 사항까지 일일히 RT를 해서 나와 모두의 타임라인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었다. 

... 

"맞팔율쯤 신경 안 쓰면 타임라인이 깔끔해 진다는 것 쯤은 나도 알아. 하지만 그런 멘션은 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알겠어? 만약 내가 지금 맞팔을 포기하고 팔로어들을 정리한다면 내 계정은 산산조각이 날 거야. 나는 마이스페이스때부터 그렇게 살아왔고, 지금도 그런 식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고. 한번 팔로어를 잃고나면 다시 본래대로 계정을 복구할 수 없어. 난 산산조각이 나서 내 포스팅 따위 구글에서 검색조차 되지 않을거야. 어째서 그걸 모르는거야. 응? 그걸 모르면서 어떻게 날 팔로한다는 멘션을 할 수 있어?"

난 대답을 못하고 노키아 익스프레스 뮤직의 화면을 잠그는 슬라이드를 내렸다.

... 

우리는 너무도 조용한 소나무숲을 "사일런트 체크인(Silent Check-in)"했다. 트위터 지오태깅 검색에는 죽은 매미 시체의 사진이 곳곳에 올라와 있었고, #사각사각_ 이라는 해시태그가 곳곳에 달려 있었다. 나오코는 마치 시맨틱 검색 결과를 가려보는 사람들처럼, 구글 검색 결과를 쳐다보면서 스폰서링크와 검색 결과를 가려내고 있었다. 

...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건 너무나도 가혹한 행위였다. 나오코는 나를 애초에 팔로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나는 미도리에게 DM을 보내서 너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 140자로는 짧으니 이메일을 이용했으면 좋겠다. 온 세계에서 너에게만 말하고 싶은 것이 많다. 내 페이스북의 포스팅에 "Like"를 표시해 주었으면 하는 상대는 너 밖에 없다.  다시금 맞팔을 해 주었으면 한다. 트위터 계정을 새로 만들어 시작하고 싶다, 라고 멘션을 날렸다.

미도리는 한참 동안 나를 블록상태에 둔 모양이다. 마치 수 많은 새들이 고래를 끈에 묶어 날리는 듯한 서비스정비가 계속되는 듯한 침묵이 지속되었다. 나는 서비스 부하가 걸려 트위터 접속이 제한되는 동안 줄곧 미도리의 페이스북 계정의 Wall-to-wall을 돌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미도리가 이윽고 트위터 멘션을 보내왔다.

"@watanabe 어디 있는거야?"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걸까?

나는 노키아 익스프레스 뮤직 5800의 위치라는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주변의 GPS신호를 탐색해 보았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것일까? 하지만 3G통신망을 이용한 A-GPS조차 나의 위치를 찾지 못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란 말인가? 포스퀘어에 검색되는 것은 어디로인지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는 무수한 체크인들 뿐이었다. 나는 아무 데도 아닌 지오로케이션의 한복판에서 계속 미도리에게 멘션을 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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