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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07

부재중 전화의 정체

발신자번호표시(Caller-ID)시대에, 부재중 전화표시는 차마 받지 못한 전화에 대한 미안함의 표시를 할 수 있게끔 한다. 나중에라도 전화를 해서 아까의 알리바이를 설명할 기회도 찾을 수 있다. 문제는, 가끔씩 아주 짧게 신호를 내고 흔적을 남기는 부재중 전화일 것이다.

조금 두꺼운 데님 팬츠 주머니에 전화를 넣고 길거리를 활보하다가 음악을 듣다보면 그 짧은 진동이 못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느꼈더라도 다른 유령진동과 다를 바 없다고 느끼고 무시하고 가 버린다. 그리고 새로 보는 모르는 사람의 휴대폰 번호가 찍혀있다.

대개의 사람들은 필요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인 휴대전화 사용습관에 비추어, '잘못된 전화'라는 결론을 내리기 이전에 조금 더 로맨틱한 상상을 한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의 전화일 것으로 예상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짧게 남긴 메시지는 위급함의 표시일 수도, 내 쪽에서 좀 더 부드럽게 나간다면 관계가 원만해질 헤어진 애인의 긴장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미약한 흔적을 남긴 번호는 지인들의 이름으로 표시된 통화목록에서 길게 낯설은 숫자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거의 대부분 이런 번호에 전화를 걸게 될 경우 지금까지의 기대는 산산히 부서진다. 모두들 거짓이었다. 나를 안다고, 내가 필요하다고 한 건 거짓이었다. 나에게 대출을 강요하고, 소비를 강요하는 앵벌이 전화였던 것이다. 지구 저편의 이름 모를 세력에 붙잡힌 언니들이 똑같은 톤으로 공포를 억누르고 녹음했을 저 무수한 ARS멘트들은 '남의 지갑 털어먹기가 굉장히 힘든' 시대에 새로운 골드러쉬로 통하는 전단지를 들이밀며, 삑삑거리고 있다.

오늘 낮잠을 자던 중 우연히 찍힌 한 번호도 그런 목적이 다분해 보였다. 물론, 나에게도 나를 필요로 하는 의외의 누군가로부터의 전화가 올 지도 모르기 때문에 다시 걸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이내 귀찮아졌고, 그런 기대를 하기에는 내가 너무 상처를 많이 받은 듯도 했다.

다행히 이런 전화번호를 DB화 해서 검색해 주는 서비스가 있었다. 번호를 누르면 스팸인지 아닌지 간단히 구별해 준다. 이 서비스에 관한 스토리는 블로그를 통해 알아볼 수도 있다. 조금만 더 원하는 게 있다면, 이런 스패머들의 사연도 알고 싶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쓰레기 취급을 받을 정도로 집요하게 나를 필요로 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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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쫓는 환상

블로깅을 하지 않는동안 생기는 변화가 있다.
호흡과 신진대사도 그대로 이지만, 스팸트랙백이 꾸준히 걸려든다. 영문으로 된 스팸트랙백들은 하나같이 기적의 기술을 선보인다.

이번에 두 건의 트랙백은 모두 펜터마인(Phentermine)이라는 식욕억제제에 관한 것이었다. 이 제제는 암페타민과 페네틸라민, 즉 마약 성분을 함유한 약이다. 한 마디로 스팸상에서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약을 실제로 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런 스팸에 혹하여 또 한 번의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매일 환상을 쫓는다. '엘 도라도'같은 황금을 찾아가는 어드벤쳐를 하거나 하진 않지만, 자신의 범위 밖의 무언가를 쫓는 일은 계속하고 있다. 종로3가 세운상가 앞에서 어떤 녹이든 벗겨 내어주는 약물이나 조금이라도 더 싼 휴대폰을 사기 위해 몇 개의 도매상이 분산시킨 수십개의 휴대폰 상가들 사이를 비교하며 다니는 행위를 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그 무언가 특별한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상을 사는데 명심해야 할 단순한 진리 혹은 법칙 같은 것이 있다. 무엇이든 공짜란 없다는 것이다. 세상을 검색하기 쉽고, 정보를 퍼오기 쉬울 수록 사람들은 그 너머, 혹은 그 핵심에 있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그 무엇'을 알고자 노력한다. 그런 노력이 없다면 인류의 지성이 진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우리는 은혜로운 보배와도 같은 '대가'들에 관심을 쏟는다.

발빠른 사람은 어떤 물건이든 싸게 사고, 길을 가다 보면 언론이 보도하지 않은, 거대한 조직에 의해 은폐된 혁신적인 것들이 헐값에 팔리고 있다. 그리고, 어떤 시골의 야산에서는 미래에 출현할 알 수 없는 질병까지 치료할 수 있는 명약들이 자라나고 있다. 단지, 발견하는 사람이 적을 뿐이다.

우리는 가끔, '돈+시간'혹은 그것으로 환산할 수 있는 비슷한 것들, 노동력이나 지식같은 여러 자원을 투자해야 무언가가 생겨 난다는 사실을 가끔 잊고 산다. 이 순간 자신에게 내려진 어떤 기회, 혹은 자신만히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획기적인 방법도 전부 자원을 투자해서 얻어냈거나, 추후에 자원의 일정량을 써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토씨라는 에스케이텔레콤의 마이크로 블로깅 서비스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사과하는 뜻에서 7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한다는 연락이 왔다. 7만원이면 할인점에서 장을 보거나,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데서 친구들에게 선심쓰는 메뉴를 주문하거나 할 수 있는 적지도 그렇다고 어마어마하게 많지도 않은 액수이다. 단지, 이렇게 생긴 상품권은 얼마간 노출되어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을 지 모르는 내 개인정보에 대한 댓가라는 생각에 씁쓸한 생각이 들 뿐이다. 그리고, 그 외의 가끔 돈 대신 내서 기분이 좋아지는 포인트나 적립금 시스템 같은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나는 매일 상당 시간을 인터넷 서핑에 투자하고, 주민등록번호를 별로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이익을 보는 데 사용한다. 아직 내 주민등록번호가 침해 당해서 당할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어떨 때는 저가휴대폰 개통을 위해 2주 정도도 기다리는 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단지, 이 모든 게 살아가는 동안의 경험이라는 값진 것을 얻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사람들은 내가 무언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전화로 물어 보는 일이 많다. 단지, 나는 항상 이렇게 시작한다. 시간과 돈, 노동력을 얼만큼의 비율로 쓸 건지 결정하라고. 옛 어른들의 입에서 정말 주옥같이 전해져 내려오는 삶의 진리 같은 것이 있다. "남의 주머니 돈 털어 먹기가 그리 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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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쓰프루프 (deathproof)

극장에도 스탠딩 석이 있고, 맥주를 마시고 물을 뿌리며 흥겹게 놀 수 있다면?

데쓰푸르프를 그렇게 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이 영화와 플라넷테러가 합쳐진 그라인드하우스(Grindhouse)가 엄청난 컬트가 된다면 사람들이 모여서 팝콘을 뿌리고 물과 맥주를 뿌려 가면서 함께 볼 수 있을 날이 올까? 영화 속의 노래들을 따라 부르고 랩댄스를 따라 추면서 말이다.

얼마 전인가 맥북의 Front Row의 영화예고편 코너를 아무 생각없이 이리 저리 돌려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주 이상한 Grindhouse라는 영화의 예고편은, 뭔진 모르겠지만 이거 꽤 재밌겠는걸 이란 생각을 하면서 지나가 버렸다.

영화가 엔터테인먼트이다, 라는 말은 플롯의 엉성함이나 배우들의 어색한 여기 등에 변명처럼 갖다 붙이는 핑계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한정된 표현으로 엔테터엔먼트를 많은 관객에게 선사하기란 힘든법이다. 일종의 '간지'를 살려야 하는 것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그런 면에서 보면 확실히 엔터테인먼트를 아는 감독이다. 비디오가게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영화를 배웠다는 그는 킬 빌에서도 그랬듯이 다양한 것들을 적절히 섞어서 재미있는 영화들을 만들어 내니까.

이번 데쓰프루프는 감독의 의도된 편집실수를 설명하는 자막으로 친절히 시작한다. 흑백과 컬러를 넘나들고 필름그레인이 지글지글끓다가 속도도 시시각각 변한다. 이른바 감각적인 촬영기법이란 말조차 얽메이지 않는듯 갖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예전 동시상영관인 그라인드하우스(Grindhouse)라는 B급 영화문화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인 이 영화는 복고적인 사운드 샘플을 이용해 음악을 만드는 힙합DJ들의 믹싱세트 같다. 쿨해 보이기 위해서라면 뭐든 가리지 않는 그의 취향 때문에 의도적으로 안심을 시키려는 듯 여자들의 수다로 길게 끄는 장면에서조차 이 영화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플라넷 테러의 예고편만 나중에 살짝 보여줘서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 길게 늘여진 인터네셔널 버전으로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았다. 문제는, 예고편에서도 보여줬듯이, 타란티노의 영화보다 평가가 더 좋다는 플라넷 테러가 11월로 잡혀있다는 것.

극중에서 뉴질랜드 출신의 엄청난 액션을 불사하는 "Zoe Bell"이란 배우는 실제, 킬 빌에서 우마 서먼의 스턴드 더블을 했었다고 한다. 다이하드 4.0의 맥클레인 형사의 딸로 나왔던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Mary Elizabeth Winstead)는 한국판 포스터의 메인 모델이기도 하다. 실제 극중에서의 활약상을 본다면 살며시 미소를 지을 것이다. 커트러셀은 중요배역을 동료 배우들에게 넘겨줘서 상대적으로 자신은 그리 큰 영화들에 나오지 않은 배우로도 유명하다. 여러 유명 배우들의 중요배역을 아무렇지 않게 '네가 할래'하는 식으로 넘겨 줬다고도 한다. 타란티노 감독은 그가 나오는 영화가 많지 않은 것이 아쉬워서 커트 러셀을 캐스팅 했다고 한다. 적절한 느끼함과 적절한 남성호르몬을 발산시키는 이 배우의 선택을 적절했다. 후반부의 망가짐 까지도 아주 훌륭했다.

그래도 영화에서 뭔가 교훈적인 것을 찾는다면, 낯선 사람을 함부로 따라가지 말 것.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 것. 운전중인 차창 밖으로 손이나 다리를 내밀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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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씨의 사정, 애플코리아의 송구스러운 마음

애플이 신제품을 내는 걸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클리셰가 되어 버렸고.

애플은 신제품을 내고, 찬사와 욕을 먹는 회사가 되어 가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가해지는 욕이 대부분 기존 사용자들을 배신한 점 이라는 것이다. 지난 달에 산 물건이 반 값이 되는 경우는 많지만, 제품의 가격을 공시해서 파는 애플이 더 좋은 제품을 값싸게 공급하는 일은, 얼리 어답터들과 경쟁사들에게는 속 쓰리는 이야기일 것이다.

잡스씨는 '저(혹은 나, I)'라는 자신을 전면에 내새운 메시지를 애플 웹사이트에 공식적으로 개재했다. 여기서 잡스 씨는 고객의 요구조건을 맞춘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출시해야 하는 애플에 대한 기대감과 초기에 충실하게 물량을 구매해주는 애플의 충성스런 얼리어답터들의 만족감 사이에서 방황했어야 함을 설명한다. 모두가 좋아질 수는 없기 때문에, 100불이라는 쿠폰을 발행하는 그는 '자신'을 전면에 내새워 사과의 무늬를 지닌 "과시"를 하고 있다.

저희 것 너무 좋고, 인기도 많은데, 이번에 가격인하 여력까지 있어서 이거 너무 송구스럽군요.

그리고 애플 코리아에서는 잡스씨의 사정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Media_httpsungichurlb_gdbam

그러니까 iPod Classic을 선택하는 사람에게 이런 메시지를 넣었다.
"환불해 드립니다"를 호흡까지 바꿔가면서 두 번이나 사과하는 메시지를 넣은 것이다.

언제 고칠 지는 모르지만 일단 링크를

http://store.apple.com/080-3404-622/WebObjects/koreastore.woa/wa/RSLID?nnmm=browse&mco=6196E414&node=home/ipod/ipod

Media_httpsungichurlb_acigz

문제는 프로덕트레드 아이팟 셔플이 발매되자 내 아이팟 셔플 2세대 싱글컬러 모델이 싱크를 거부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조용히 iPod 재설정을 돌려주었다. 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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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터비아(Disturb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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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트랜스포머가 성공하지 않았더라도 이 영화가 지금의 대접을 받으며 개봉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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